며칠 전 집안 청소를 하다가 갑자기 타는 냄새와 함께 진공 청소기가 덜덜거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근처 서비스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진공청소기의 모터 수명이 다해서 타들어가는 현상이었고, 친절한 서비스와 함께 모터를 갈았습니다.
서비스 후 이틀정도 지나 서비스만족 조사 문자메시지가 왔는데요, 만족도 조사를 하면서 잘못된 설계오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설계오류
저는 두가지 설계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올바른 것은 쉽게, 잘못된 것은 쓰기 어렵게»의 위반
모바일에서 많이 사용하는 Emoji가 PC에서 볼 경우 깨질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의견을 남길 때 휴대폰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있으며 아래와 같이 단순하게 나열해볼 수 있습니다.
이모티콘을 입력하는 행위는 잘못된 행위
이모티콘을 안 쓰는 행위는 잘된 행위
올바른 것은 쉽게, 잘못된 것은 쓰기 어렵게에 해당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클라이언트 상에서 Emoji(혹은 이모티콘)을 입력했을 때 textarea에서 해당 문자열을 검출하고, 그 문자열이 감지됐을 때 입력되게 하는 것이 아닌 return false 처리하여 입력해도 쓰이지 않게 했으면 어땠을까요?
‘레이어로 이모티콘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등의 토스트 팝업을 곁들어 주면 더 좋겠지요.
스트룹(Stroop) 간섭
분명히 11번 항목에는 자유롭게 작성하라고 되어있습니다만, 하단에는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말라고 합니다.
LG전자 서비스센터에서 말하는 자유로움은 형식 따위에 얽매이지 말고 생각 그대로 자유롭게 적으라는 것을 가리키지만, 사용자는 헷갈릴 수도 있고 문득 그냥 봤을 때에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모티콘 또한 자유로운 표현수단에 해당하니까요.
지극히 사소하고 별 문제없어 보일 수 있어도 문장과 문맥에 따라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개선 방법은?
클라이언트 단에서 입력시 이모지를 막는 방법 외에 한가지 방법이 더 있습니다.
저 설문은 한번 전송하고 나면 사용자는 볼 수 없으며 서비스 개선 차원으로 LG전자 내부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설문입력 후 전송하면 서버사이드에서 해당 이모지의 유니코드값을 정규식 등으로 검출해서 제거하고 DB에 저장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차피 사용자는 입력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을 테고 이모티콘을 지워봤자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지장이 없으니까요.
사용자의 입력단계에서는 이모티콘을 허용하고 실제 저장될 때에는 이모티콘을 제외하고 저장하면 사용자에게 어려운 지시를 하지 않으면서도, 관리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내용만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마무리
서비스 만족도 조사는 소비자가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진행하는 것입니다.
불만족일 경우를 제외하고 저 단계까지 접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일부 업체들은 설문조사시 보상을 주기도 하지만 작고 하찮은 보상들이 대부분이죠.)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작성하는데 이모티콘을 사용하던지 말던지는 사용자의 마음입니다.
사용자는 기술적 이슈와 구현의 한계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하고자 한 테스크(목적)만 달성하면 그만이니까요.
테스크까지 가는 데에 어떠한 불편함이나 오류등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사소한 시비처럼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이런 경험이 하나하나 누적되어 브랜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항상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주의하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