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에 한 번 다녀오고, 이번 주중에 타이포그래피 대체 출석으로 전시회 관람으로 총 두 번을 다녀오게 됐습니다.
출석 인정 여부가 인증사진이었고 이미 찍어놓은지라 안 가도 되었으나, 당시 도슨트 없이 전시를 관람하고 온 게 아쉬워서 다시 다녀왔고 그게 훨씬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도슨트의 설명 없이 관람하기에는 일반인들의 경우 완전 혼란스럽고, 관련 전공 학생인 저 또한 유추만 해볼 수 있지 깊게 전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요.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안상수의 이야기
날개 파티는 크게 안상수, 파티(PaTi)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안상수에 대한 부분을 먼저 보았습니다.
안상수체와 미르, 마노, 이상체
본래 한글 글꼴은 네모 틀 안에 글자를 채워 넣어 디자인해 왔습니다. (타자기는 예외)
안상수가 이를 의도해서 디자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해서 글꼴 디자이너는 좁은 공간(유닛) 안에서 획수가 많은 한글을 뭉치지 않게 잘 설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 글꼴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 특성상 좌우로 생기는 공간을 줄이기 위해 자간을 필수적으로 줄여야 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물론 요새 나오는 글꼴들은 애초부터 이를 잘 조절해 나와서 어렵지는 않습니다)기본 한글 창제 원리인 하늘 · 땅 · 사람에 맞추어 모듈 형식으로 제작한 것이 안상수체입니다.
한글 글꼴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최소한으로 2,350자, 모든 글자를 포함한 조합형은 11,172자가 들어가는데요. 글자 하나하나를 다 만들어야 하는 기존의 네모꼴과 달리 안상수체는 탈 네모꼴로 기본 자음과 모음만 만들어 이를 모듈화해 이어 붙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제작 시간도 짧아지고 상당히 경제적입니다.
물론, 읽기 위해 만들어진 글꼴은 아니라 본문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렵지만 과학동화 잡지의 표지 제목으로 쓰이는 등. 한글 글꼴 디자인의 새로운 시도 및 혁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이상을 본떠 만든 이상체, 아들딸의 이름을 본떠 만든 미르체와 마노체도 같이 있었습니다.
이상체는 영문처럼 풀어쓰기 방식으로 되어 있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영문은 기본적으로 ABC 딱딱 글자 하나하나 들어가지만, 한글은 ㄱ + ㅏ + ㅇ > ㄱ > 가 > 강 이런 식으로 조합해서 사용하니까요…
이와 관련해서 아예 거꾸로 외국 학생이 영문을 조합형으로 재해석한 타이포그래피도 있습니다.
구텐베르크 수상기념작
타이포그래피 수업에서 진행하는 브로슈어의 주제를 얀치홀트로 정하고 있는지라, 이에 관해 공부하면서 구텐베르크 상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안상수 씨가 이 상을 받았습니다.
구텐베르크 상은 편집과 타이포그래피에서 거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는 상입니다.
우리가 한글을 보면 사실상 보는 것이 아니라 ‘읽게’ 되는데, 외국인의 경우 우리가 영어나 타 언어를 보는 것과 같이 ‘이미지 형상’으로 보게 됩니다. 안상수 씨는 이미지적으로 한글을 표현해서 외국인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이러한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오른쪽 끝에 가다 보면 유명한 ㅎㅇㅅㄷ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민화를 기반으로 한 타이포그래피 작업
민화를 기반으로 한 타이포그래피 작업도 있었습니다. 민화 자체가 왕들을 위한 그림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그림이라, 그 들이 민화에 염원 등을 담은 것과 같이, 안상수가 지향하는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한 그의 생각을 나타내었다고 합니다.
이상, 마르셀 뒤샹, 마우쩌둥
안상수가 존경하는 이상, 다다이즘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 마오쩌둥을 실크스크린에 담았습니다. 마오쩌둥은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사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ㅎ은, 시작과 끝을 나타내는 α와 ω와 유사하고 한글의 자음 중에 유일하게 직선과 곡선이 함께 있어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파티 PaTi
파티는 안상수가 홍익대학교 교수를 내려놓고 파주에 차린 타이포그래피 학교입니다. 실제로 전시 기간 저곳에서 수업과 세미나도 진행합니다.
활판 공판에서 봤었던 납 활자도 있었고요, 길드라고 해서 학생들끼리 만든 동아리에서 만든 결과물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내용을 다 담고 싶었지만, 글이 자꾸 길어지는 관계로 이쯤에서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곧 있으면 전시가 끝나니 장미 연휴를 이용하여 다녀오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