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내가 쓴 한글 폰트

왜 이 글꼴을 사용했을까?

Dong-g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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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 ·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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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 타이포그래피를 처음 접하면서 편집 수업을 같이 들은 동기들 사이에서는 SM시리즈를 당연히 사용해야 한다(?)는 불문으로 통했습니다. Helvetica와 같은 존재로 많이 쓰이고 완성도와 무난함을 겸비한 서체이니 사용해야 하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SM 서체를 기본 세팅 값으로 사용하기엔 어려웠고, 온라인에 누군가 기록해 놓은 크기, 자간, 장평 등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었습니다. 왜 그렇게 썼는지보다는 이미 잘 짜인 모습으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4학년, 졸업전시를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중 동기 한 명이 SM시리즈를 사용했으나 글자의 짜임새나 완성도가 높지 않았고 이에 교수님이 피드백 주시기를

“SM은 날로 쓰기보다는 하나하나 조절하면서 사용해야 하는 서체다. 되도록 완성도 있게 세팅된 다른 서체를 사용하라”

는 말에 명치를 맞았습니다. 꼭 SM시리즈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때 알게되었습니다.

새내기 디자이너가 되어 일하면서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들은 어떤 글꼴을 어떤 세팅 값으로 사용할까? 왜 이러한 글꼴을 사용하는 걸까? 갈망이 넘칩니다. 그러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2017 내가 쓴 한글 폰트》를 훌터보게 되었습니다.


《2017 내가 쓴 한글 폰트》는 그래픽디자인과 편집디자인 등의 활동을 하는 2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의 디자이너 30명에게 2017년 많이 쓴 폰트를 물어 다루었다고 합니다. 웹이 아닌 그래픽과 편집에만 국한되어 있는 점은 이유도 모른 체 그냥 많이 사용하거나, 합당한 이유를 제기하지 못하고 사용해왔던 글꼴들의 장단점을 볼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다른 책《디자이너의 서체이야기》에서는 각자 사용하는 선호 글꼴에 대해서만 가볍고 넓게 다룬다면 이 책에서는 어떤 글꼴과 섞어 짜기 하는지 제목용·본문용 어디에 쓰이고 어떤 느낌을 줄 때 사용하는지 등과 서체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대화 등 좀 더 깊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자주 쓴 윤고딕 100 시리즈, 편집디자인에서 주로 사용했던 SM시리즈, 가장 많이 쓰는 본고딕, 고급스럽고 멋스러움이 느껴져서 좋아했던 산돌제비(책에서는 2를 다루지만)등을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과거 웹 디자인에서 많이 사용하던 윤고딕100 은 과거엔 Heveltica처럼 보편적이고 현대적인 무난한 서체라 생각해서 사용했었는데 이번에 보고 올드한 느낌이 들어서 많이 놀랐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SM 시리즈는 SM3 신신명조만 사용했는데, 기타 시리즈와 함께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본고딕은 큰따옴표 등이 각진 한글과 달리 둥글게 되어 있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의견이 책에서도 언급되어 있어 놀랐습니다.

고급스러움에 좋아했던 산돌 제비, 사용하지 않고 가볍게 넘어갔던 Adobe 명조로 멋스러운 청첩장에 적용된 모습 등 책을 통해 가겹게 훑어볼 수 있던 점이 좋았습니다.

함께 첨부된 폰트에 기반을 둔 작업물들은 앞으로 해당 글꼴로 디자인하거나 판짜기를 할 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습니다.

사실 SM시리즈, 산돌 서체, 안상수체 등의 서체는 용량과 라이센스, 판독, 가독성 문제 때문에 잘 쓰이지 않습니다.

화면의 밀도(PPI)가 커지면서 일명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는 덜하지만 대부분의 디스플레이에서는 편집물에서 보이는 글꼴과 동일하게 표시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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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도, 디스플레이 특성으로 편집에서 쓰던 글꼴의 모습과 웹에서 보여지는 글꼴의 모습이 다릅니다.

그래서 글자의 멋이나, 자소의 특성보다는 저해상도 혹은 디스플레이에서 얼마나 글자가 깔끔하게 보이는지, 작은 글씨에서도 뭉개지지 않고 판독성 높게 나타나는지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오프라인 편집물과 그래픽에 사용되는 것에 국한되어 있어 아쉬웠습니다.

이와 관련해 예전에 한글타이포그래피 워크숍에서 이용제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디스플레이가 고해상도로 바뀌어 나가면서 디스플레이에 맞춘 글꼴을 따로 만들지는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Variable fonts라 해서 하나의 폰트 파일로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겨나면서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글꼴의 클라우드화 되는 점도 다루지만 역시 웹폰트는 빠져 있습니다. Adobe는 플랜 결제 시 유료 웹폰트 또한 이용 가능한데 아직 국내에는 별도 계약이 대부분이라 앞으로 다양한 한글 꼴들을 웹에서 적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가격대가 ₩28,000(배송비 별도)으로 부담되고, 온라인 서점이 아닌 쇼핑몰 한 곳에서만 구매해야 하는 점이 아쉽지만 멋진 표지(포스터로 쓸 수 있는)와 좋은 내용으로 이번 황금연휴를 맞이해 현업 디자이너들은 어떤 폰트를 많이 쓰는지, 선택한 이유와 사용하면서 좋았던 부분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guleum

Dong-gri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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